암브로시오스 대주교께서 안토니오스 임종훈의 보제 신품성사를
집행하시다. "합당하나이다!"
His Eminence Ambrosios officiates the Rite of Diaconate Ordination for Subdeacon Antonios Jong Hoon Leem on 12th June 2011 at the St. Nicholas Cathedral Orthodox Church in Seoul.

 

암브로시오스 대주교의 안토니오스 임종훈 보제 신품성사에 대한 설교
(2011년 6월 12일, 성 니콜라오스 주교좌 대성당)

사랑하는 안토니오스 부보제님,
그대의 삶에 있어 두 번 다시 없을 이 거룩하고 엄청난 순간에 나는 그대에게 두 가지를 강조하려 합니다. 이 두 가지는 그대가 성스런 봉직을 수행하는데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들입니다.

첫째, 이제 잠시 후면 그리스도께서 그리스도의 종인 주교의 입을 통해 그대를 부르실 것입니다. 그러면 그대는 계단을 오르고 아름다운 문을 지나 지극히 성스러운 지성소의 피 흘림 없는 제단 앞에 처음으로 서게 될 것입니다. 그 순간 그대가 누리는 영예는 참으로 클 것입니다. 하지만 그대가 짊어질 책임은 그보다 더욱 클 것입니다. 교회의 위대한 교부이신 요한 크리소스톰 성인(기원후 5세기)께서는 성직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놀라운 말로 피력하셨습니다.

“성직은 지극히 존엄하여 비록 성직이 지상에서 행해진다 해도 본질적으로는 천상의 영역에 속합니다.... 성직자들은 비록 세상에 거주하며 살아가지만 천사나 대천사도 받지 못한 권한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람들입니다.”(성직에 대하여, Λόγος Γ´, PG 38: 642-643)
교회는 이처럼 신품성사를 통해 비천한 우리를 거룩한 사도들의 계승자로 세워 인류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사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게 합니다. 성직이 가지는 막중한 책임은 생각만 해도 경외심을 느끼게 합니다. 하물며 성직을 짊어지고 가는 성직자에게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누가 감히 이러한 책임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예배 집전자는 매 성찬예배 때마다 “그 누구도 합당하지 못합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신품성사를 거행하는 주교의 아래와 같은 기도가 될 것입니다.
“언제나 약함을 치유하시고 부족함을 채워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그대를 보제로 임명하나니.... 지극히 거룩하신 성령의 은총이 그대에게 내려오시길 기도하노라.

그대는 이처럼 그대의 부족함을 인식하는 가운데 성령께서 그대의 인간적인 나약함을 치유하시고 부족함을 채워주실 것이라는 확신으로 앞으로 정진해 나가길 바랍니다.
만약 그대가 이 순간부터 숨을 거두는 그날까지 이러한 마음가짐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그대는 분명 하느님과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것입니다.

이 거룩한 순간에 내가 두 번째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섬김의 정신입니다.
그대는 이제 곧 성직의 첫 번째 단계인 그리스도 교회의 보제가 될 것입니다. 이 성직은 세상적인 권력을 가지기 위한 자리가 아닌 하느님과 인간을 섬기기 위한 자리입니다. 이 성직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마르코10:45) 그리스도를 닮기 위한 성스런 직책입니다. 섬김의 정신, 그것은 그대도 잘 알다시피 세상의 정신과는 반대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계십니다. “세상의 통치자들은 백성을 강제로 지배한다. 또 높은 사람들은 백성을 권력으로 내리누른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사이에서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오20:25-27) 성직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인간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제공하는 것이며 하느님 왕국이 우리 “마음 속에” 도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코 이 일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탄이 하느님 왕국의 도래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성직자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을 벌이며 끝없는 덫을 놓기 때문입니다. 사탄은 그대에게도 그렇게 똑같이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아마도 그대와 가까운 주변 사람들조차도 사탄의 도구가 되어 그대와 전쟁을 치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대는 시기와 질투, 조소와 조롱, 그리고 모욕을 당할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하지만 그럴 때 흔들리지 말고 굳건히 서서 “그들이 나를 박해했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고 내 말을 지켰으면 너희의 말도 지킬 것이다.”(요한 15:20)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하며 그 유혹을 뿌리치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힘을 얻어 사악한 영과 또 그가 세운 계략에 맞서 투쟁을 계속해 나가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대는 마침내 승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 안에 계시는 그분은 세상에 와 있는 그 적대자 보다 더 위대”(요한1서 4:4)하시기 때문입니다. 요한 묵시록이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처럼 “죽임을 당하신 어린 양”의 승리는 역사의 마지막이 될 것 입니다. 앞으로 그대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그리스도를 표본 삼아 그대의 성직을 매일 매일 수행해 나간다면 그대는 분명 하느님과 사람들을 기쁘게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안토니오스 부보제님,

그대는 이제 “하늘 성전의 지성소”(히브리서 6:19)안으로 들어와 그리스도 교회의 보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그대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것은 정교회 출판사 책임자로서 보여주었던 그대의 흠잡을 데 없는 봉사에 대한 감사입니다. 그대는 헌신과 열정, 지혜를 가지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 속에 그대의 사역은 큰 결실을 보았습니다. 그대는 겸손하고 참한 부인 테오도티와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었고 그대의 겸손과 품성은 한국 정교회 교인들과 특히 10여년에 걸쳐 그대를 잘 알고 지냈던 주교좌 성당 공동체의 사랑과 존경을 자아내는데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의 기쁨은 더욱 크다 하겠습니다.삐시디아의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과 신부님들, 수녀들님, 그리고 한국정교회의 신자들 모두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뜨거운 간구와 영광을 올리는 가운데 이제 그대를 거룩한 제단 앞으로 인도하려 합니다. 오늘부터 그대는 보제라는 책임 있는 직책을 맡아 교회에서 봉직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성사들이 거행될 때마다 하느님의 백성들을 대신하여 하느님께 기도와 간청을 드리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대를 축복해 주셔서 오래오래 하느님을 기쁘게 섬길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멘

   

 

사랑하는 우리 정교회 교인 여러분,

저는 지금 두렵고 감사한 두 마음을 지니고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앞으로 제가 봉사할 보제직에 대한 두려운 마음과이 두려움을 위로하고 이겨내도록 도와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어떤 말로도 다 표현될 수 없을 것입니다.제가 12년 전에 정교회신자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때 제 마음 속에는 다음과 같은 요한복음의 한 구절이 들어 있었습니다.“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빛이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잠시뿐이니 빛이 있는 동안에 걸어가라. 그리하면 어둠이 너희를 덮치지 못할 것이다.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세례를 받고, 저는 빛을 따라 걸어가려고 애썼습니다.그리고 어둠이 덮치기 전에 되도록 멀리 걸어가려고 애썼습니다.이런 모습을 보고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께서 처음 한국 땅에 세워진 거룩하고 영광스런 정교회 한국대교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셨습니다.또한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님께서는 보물과도 같은, 하지만 이 땅에는 거의 전해지지 않은 우리 정교회의 신학 서적을 펴내는 귀중한 사업에 동참시켜 주셨습니다.정교회는 우리 땅의 구원이 될 교회입니다.정교회는 우리 겨레의 구원이 될 교회입니다.

이제, 저는 다시, 또 다른 소명을 받고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영적 아버지이신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님께서 제게 처음 성직으로의 봉사직을 제안하셨을 때, 제 마음 안에는 오직 두려움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왜냐하면 거룩한 제단을 위한, 거룩하고 거룩한, 거룩함 가운데 가장 거룩한 제단을 위해봉사한다는 것을 저는 그때까지 단 한번도 꿈꿀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저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거룩한 제단을 어떻게 섬겨야 할지 전혀 모른 채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제게는 아직 주님의 빛이 비추이고 있고, 저를 도와주시는 성모님, 안토니오스 성인과 수많은 성인들이 계시고,이 자리에, 이 땅에서 한국 정교회를 위해 봉사하시는 우리의 아버지이신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과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님과 성직자들이 계시고,우리 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우리 정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저는 교회에 보제로서 순종하며 기도하겠습니다.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주님의 모습을 따라 이웃의 발을 씻어주며 기도하겠습니다.이제,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마지막 부탁이 있습니다.꼭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형제인 이 죄인 안토니오스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여기 이 자리에 와 계신 여러분들께 이미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았습니다.죄인이지만 성직으로 나온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안토니오스 임종훈 부보제
(2011년 6월 12일 오순절)


 

 
St. Paul Orthodox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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